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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ed by David Rimanelli

Robert Ad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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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Struth
Christopher Williams

PKM 갤러리는 2003년 4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유럽과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12명의 작품 27점을 망라한 전시회를 개최한다. 《Unreal Estate Opportunities(환각의 공간)》라는 타이틀의 이번 사진전은 미국의 미술 평론가이자 저명 미술지 아트 포럼(Art Forum)의 객원 편집장이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빗 리마넬리(David Rimanelli)에 의해 기획되었다.


《Unreal Estate Opportunities》라는 전시 제목은 자동차 문화로 대변되는 미국의 소비 자본주의를 작품의 주제로 표현해온 대표적 팝 아티스트 에드워드 루샤가 1970년대에 발간한 책의 제목인 『Real Estate Opportunities』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데이빗 리마넬리는 이 책의 제목에 '환영', '환각'등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Un'이라는 접두사를 붙임으로써 에드워드 루샤가 암시했던 제목의 의미를 반동적으로 심화 시키고 있다.

에드워드 루샤의 "Real Estate Opportunities"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수많은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지만 데이빗 리마넬리의 "Unreal Estate Opportunities"는 기회가 넘치는 자본주의의 찬란한 약속의 땅이 비극적 결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함축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기획자가 의도하는 이러한 주제의 맥락 속에서 감정이 배제된 듯 매우 냉담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작품 속의 산업화된 풍경과 공간의 이미지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특정 장소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 어느 곳에나 편재해 있는 현대사회의 소외의 문제를 인식하게 해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이 작품들은 인간적 삶을 압도하는 산업사회의 냉혹한 현실이 이끄는 절망적인 공상과 환각에 사로잡힌 작가들 개개인의 내밀한 주관적 반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로버트 아담스는 미국의 황무지와 조립식 가옥에 의해 잠식당하는 미국 서부의 야생 지역을 단순하게 포착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황량한 거리와 주차장 그리고 주택단지 등을 미묘한 빛의 차이를 이용하여 정교한 구성으로 잡아냄으로써 아무리 사소하고 별 의미 없는 익명의 대상이라도 작가의 시선 속에서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차드 프린스는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뉴욕시의 교외인 알바니 카운티의 유기된 장소들, 즉 빈 창고와 주차장, 농구 링, 야외 수영장 등을 하나의 기호로 삼아 얼굴 없는 건축물들의 노쇠함을 담으려고 한다. 그의 작품 안에서 페허와 몰락의 이미지로 드러나는 도시의 외곽은 오늘날 산업화 사회의 역사적 이면을 반영하고 있다.


베른트 & 힐러 베허 부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독일의 현대 사진작가들인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루프, 토마스 스트루스의 스승으로, 이 부부 작가는 독일의 산업화와 번영을 일구어 낸 산업 건축물들을 냉정하게 작품에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추구해 왔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스펙터클한 이미지들은 우리의 삶을 단연 압도하며 지배하는 산업 자본주의의 환경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카메라 작업으로는 불가능한,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가능해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토마스 루프가 디지털 몽타쥬 기법을 활용하여 직접적인 카메라 렌즈 촬영기법이라는 제한된 작업을 넘어 이미지를 거대하게 재편성하는 실험적 영역을 개척한 지점과 맞닿아 있다. 이들 작가들의 '실제(real)'와 '환영(unreal)'이라는 지점의 낯설게 하기는 특정 장소와 건축물을 통합시키면서 철저하게 사람들은 배제시켜 버림으로써 고요함과 적막함이 극대화되는 토마스 스트러스의 "환영"으로 이어진다.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작품에 나타나는 외형의 섬세한 평온함 속에는 원인 모를 불안감이 막연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사진이 함축하고 있는 숨은 의미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모래사장과 산처럼 보이는 장소는 모두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들이다.

미국 작가인 크리스토퍼 윌리엄스는 복잡한 설명이 가득 찬 제목에 길고 불필요한 부연 설명을 달아 작품에 병치시키며, 그 어떤 다른 해석의 개입도 방해해 버린다. 전복된 1964년형 르노 자동차를 찍은 세 점의 흑백사진은 60년대를 풍미하였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을 풍자하는 것이며, 르노 공장의 노동자들의 반기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번호판을 달고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이 확연해 보이는 이 작품은 그의 이러한 의도적 모순은 지역, 공간, 시간을 초월한 유목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스위스 출신의 피터 피쉴리와 데이빗 바이스 또한 tourism이라는 주제를 공간과 개인이 교환하는 경험의 메타포로서 사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경계'를 넘나드는 여행 작업이 통과하는 공항이라는 장소는 경계와 경계 사이의 또 하나의 경계로서의 '환각의 공간'일 것이다. 여행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평범한 엽서나 사진을 거대하게 확대해 놓으면서 이들은 무척이나 진부한 공간과 경험을 마치 노트르 담이나 아크로폴리스와 같은 '명작'으로 둔갑시킨다.


마지막으로 래리 존슨은 베른트 & 힐러 베허 부부가 묘사한 것과 같이 공장을 표현하고는 있으나, 기록적인 속성과 건조함을 배제한 채 파스텔 색조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회화적 느낌의 작품으로 재창조하였다. 리얼리즘이 배제된 존슨의 작품은 할리우드의 달콤한 약속이 결국 폐허가 된 공장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현재 세게 미술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90년대 이후 현대 미술의 주류 장르로 부상한 사진 미술의 경향과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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