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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Nam Lee Solo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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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열린 이번 개인전은 신작과 초기작을 함께 선보인다. 초기작이 검은 선으로 그린 도상의 형태가 한층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면 신작은 날렵한 선으로 빚어낸 도상의 중첩과 어울림이 두드러진다. 독특한 건 그 배치다. 기존 건물인 갤러리 본관에 최신작, 이번에 새로 개관한 뒤편 신관에 초기작을 주로 걸었다. 양쪽을 오가려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삼청동의 근사한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동선이다. “A와 B의 비트윈(between), 사이의 공간이 재미있어요. 저쪽에 가면 여기서 본 게 잊어지고, 이쪽에 오면 저기서 본 게 잊어진다고들 하네요. 사이를 걷는 동안 뭔가는 기억하고, 뭔가 잔상이 남고. 중첩된 이미지랄까.”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말이다.

‘사이’와 ‘중첩’은 회화와 디자인, 회화와 건축의 사잇길을 걷는 듯한 그의 세계에 다가가는 데 요긴하다. 그는 건축의 도면부터 살펴가며 공간을 궁리해 설치하는 초대형 그림, 일명 ‘설치적 회화’로도 유명하다. 경기도미술관, 도쿄 한국대사관, 폴란드 포즈난 신공항 등이 그 현장이다. 포즈난 신공항은 ‘도서관, 미술관, 공항’ 가운데 고른 곳이다. “익명성,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봤죠.” 어쩌면 전시장에 걸린 그의 그림과 만나는 것도 그렇다. 복잡한 미술 사조와 이론을 굳이 몰라도 좋다.

“앞서 가는 것이라 생각했던, 아니 오해했던 이론이 3, 4년이면 뒤쳐진 게 되는 곳이에요.” 30년 넘게 살아온 뉴욕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뉴욕으로 향한 건 1981년, 홍대 미대를 나와 한창 촉망받던 28세 때였다. 헌데 국내에서 세계적 흐름이라 여겼던 것과 뉴욕은 딴판이었다. “신처럼 믿어왔던 게 산산이 깨지는 듯 했죠.” 이후 10년쯤 처절한 모색의 나날을 보내고서야 기하학적 도상, 건축적 회화에 이르는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로 90년대부터가 ‘초기작’인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현대미술에서는 진부한 구닥다리”라고 여겼던 회화에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하는 주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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