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최는 1961년 한국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크 켈리(Mike Kelly) 아래서 수학했고, 이후 독자적 시각으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갔다. 코디 최가 끈질기게 추적해왔던 것은 어떠한 사람이 태어난 특수한 공간과 시간이 그 사람의 문화지평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존재의 사유 구속성(Existential Determination)’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한국사회와 그 역사 특수성으로부터 형성되었던 작가의 자아가 1980년대 미국의 특수성과 충돌하면서 내적 에너지가 분파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고뇌, 좌절, 성찰, 화해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극화시켰다. 특히, 코디 최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Thinker)」은 문화권의 충돌에서 야기된 개인의 고뇌가 어떻게 진실과 만나는지 시적으로 드러낸 역작이다. 1990년대 뉴욕으로 이주한 코디 최는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다. 브루스 나우만 · 데미안 허스트 · 매튜 바니 등과 교류하면서 공동 전시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뉴욕대학교에서 예술철학 · 문화이론 · 인식론 · 역사철학을 강의하면서 세계문화의 보편성과 로컬 문화의 특수성의 대립과 상호보완성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성과를 내기도 했다.
코디 최는 서구 · 백인 · 남성이라는 삼각편대가 주도하는 권력적 문화지평에서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라는 지역이 갖는 미래적 중요성, 아시아인이 그간 축적했던 깊은 역사성, 여성이 가지고 있는 시적 사랑의 중요성을 작품에 용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그의 업적에 대해 후기 구조주의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던 1980 · 90년대의 서구문화계 역시 코디 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코디 최를 상찬하는 서구의 대지성인으로서 우리는 그의 스승 마이크 켈리뿐만 아니라, 철학자 로렌스 리클(Laurence A. Rickels), 문화이론가 존 웰시만(John Welchman)까지 만날 수 있다.
유럽의 유수의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코디 최의 유럽 순회 회고전은 한국인 작가로는 최초의 일이다. 2015년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에서 독일 미술계는 코디 최의 작품세계를 학술적으로 분석 · 검토해서 그의 작품성을 인정하는가 하면, 많은 대중들이 그의 전시회를 즐겁게 감상했다고 한다. 2016년 4월에 두 번째로 진행되는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의 순회전 역시 한불 수교 130년이라는 기념비적 역사에 즈음하여 양국의 많은 시민들에게 깊은 감명을 줄 것이다. 문화란 하나의 지층과 시간대에서 독립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 문명권이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통섭해가는 결실이라는 증거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코디 최는 이 두 번째 순회전이 끝나더라도 스페인 미술관과 구(舊) 동독의 켐니츠 미술관 등지에서 연차적으로 거듭해서 진행될 것이다. -간송 미술관 큐레이터, 이 진명 -